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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경기

경기옛길은 550㎞ 역사문화 탐방로
걷다가 출출할 땐 맛집 탐방 모드로 전환
잠시 사색에 잠기면 ‘왜 사는지’ 철학자 돼

걷자! 떠나자!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걸어야 산다. 걸어야 산다는 책까지 있을 정도다. 걸으면 혈액순환이 잘 되어 몸속에 산소 공급이 원활해진다.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고, 지방을 태운다. 스태미너 상승, 노화 예방, 스트레스 해소 효능도 있다. 겨울이라고 몸을 움츠리지 말고 단단히 무장하고 밖으로 나서자. 차가운 듯 상쾌한 바람이 얼굴을 때리면 살아있다는 증거, 활력이 넘친다는 증거다. 경기도에는 걷기에 좋은 길이 수두룩하다. 멋진 추억여행이 될 곳들을 추천한다. 걷기가 암환자의 생존률을 높인다는 의학계 보고도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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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전역으로 뻗어나가는 550㎞ 대형 탐방로 경기도, 경기옛길 6대로 모두 복원

경기도의 옛길을 걸어보면 어떤 느낌일까. 2013년 첫 복원에 나선 경기도의 6개 옛길이 10년 만에 모두 복원돼 경기도 전역으로 뻗어나가는 550㎞ 길이의 대형 탐방로가 탄생했다. 지난 10월 15일 ‘경기옛길 6대로 개통식’이 열렸다. 경기옛길은 조선시대 실학자 신경준 선생이 집필한 도로고(道路考)의 육대로(六大路)를 토대로 길을 걸으며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한 역사문화 탐방로다.
2013년 삼남길(과천~평택·98.5㎞)과 의주길(고양~파주·60.9㎞)이 복원됐고, 2015년 영남길(성남~이천·116㎞), 2020년 평해길(구리~양평·133.2㎞), 2021년 경흥길(의정부~포천·88.8㎞)이 차례로 복원됐다. 이번에 개통된 것은 경기옛길의 6번째 길인 강화길(아라김포여객터미널~강화대교·52㎞)이다. 이로써 경기옛길 550㎞가 모두 복원됐다.
경기옛길 이용 희망자는 사전 예약 등의 절차 없이 자유롭게 방문하면 된다. 스마트폰으로 완주 인증을 원하는 사람은 전용 앱 ‘경기옛길’을 사용하면 된다. 앱 사용자는 위치정보(GPS) 기능을 통해 완주 인증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주요 지점이나 문화유산 근처에 도착하면 문화유산에 대해 음성해설도 들을 수 있다. 경기옛길 관련 자세한 정보는 경기옛길 누리집(www.ggcr.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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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길 걷는 운치에 벽화·카페 아기자기함 더해 수원, 행리단길

수원시 행궁동 일대에 조성된 관공테마골목이다. 행리단길은 화서문에서 성곽을 따라 장안문까지, 그리고 장안문에서 정조로를 따라 화성행궁까지 이어지는 행궁동 일대의 거리를 말한다. 볼거리도 많고 즐길거리도 가득하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성곽이 산의 능선처럼 도시를 감싸듯 흐르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꼭 들러야 할 곳이 수원화성이다. 조선왕조 제22대 왕 정조가 선왕 영조에 의해 뒤주 속에서 불운하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리기 위해 축성된 성곽이다. 성곽건축의 백미로 평가받고 있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수원화성의 동문인 창룡문과 북문인 장안문 사이에 있는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은 건물이 아름답고 조각이 섬세하여 근세 한국 건축 예술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방화수류정 아래 ‘화홍문’(華虹門)은 웅장하고 화려하다. 화홍문 하부에는 무지개처럼 둥근 아치형 수문 일곱 개가 설치돼 있다. 수원화성 성곽길을 걷다 보면 행궁동 벽화마을을 만나게 된다. 곳곳에 그려진 벽화들이 스스로 관광지임을 드러낸다. 곳곳에 카페와 맛집들이 들어서 있어 식도락가들에게는 안성마춤이다. 길을 걷다 보면 한옥기술전시관과 수원전통문화관 같은 한국 전통의 멋을 담아내는 공간들을 만날 수 있다. 추억 사진 남기기 좋은 장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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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탑승부터 시작된 설렘, 거닐다 보면 추억여행 가평, 경춘선 시간여행

기차는 낭만을 부른다. 겨울철 기차여행은 더 특별하다. 설렘이 있고, 과거로의 기억 소환이 있다. 하루만 투자하면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 있다. 아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이번 겨울에는 꼭 놓치지 말자. 평생 추억으로 먹고 살 수 있을 테니. 가평으로 향하는 경춘선 ITX-청춘열차에 오르는 순간 추억을 담을 머릿속 영사기는 돌아간다. 청량리역 기준으로 50분 남짓 걸린다. 기차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이채롭다.
가평역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음악역 1939’에 도착한다. 2010년 경춘선이 폐선되면서 함께 문을 닫은 옛 가평역 일대를 음악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 곳이다. 야외공연장과 실내공연장, 스튜디오, 레지던스, 음악체험관이 있어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넓은 야외공원을 유유자적 걷다 보면 힐링이 따로 없다. 공원 한편에 폐열차의 모습이 눈에 띈다. 퇴역한 무궁화호 기관차와 객차다. 추억의 노래가 잔잔히 흐르는 공간 내부에는 가평역과 경춘선의 옛 모습이 담긴 사진과 역대 강변가요제 LP가 전시돼 있다. 벽면에 빼곡이 붙여진 음표들이 장관이다. 오선지가 그려진 긴 종이 위에 음계를 그려 넣듯 하나씩 펀칭해 오르골 악보를 만들어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추억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에 몸을 실으면 어느새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철학자가 돼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자료제공 : 경기관광공사, 각 지방자치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