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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Trend

신정애

비혼(非婚)시대

#저출생 #출산율 #비혼 #칠포세대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도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 여건이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외국 언론들도 한국의 비싼 집값과 높은 생활비를 저출생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출산율이 가파르게 떨어진 지난 5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2배 정도 뛰었다. 나 혼자 살기도 벅찬데, 결혼은 물론이고 출산은 더욱 엄두도 안 난다는 반응이 많다. 출산 이전에 결혼도 하지 않겠다는 비혼 선언도 크게 늘었다. 실제로 흔히 결혼 적령기로 꼽는 만 34살 남성 기준으로 100명 중 70명은 결혼을 안 한 상태이고, 여성도 절반 넘게 미혼이다.

'결혼은 안 해도 된다' 또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이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남녀에서는 이런 생각이 절반을 훌쩍 넘겨 남자 56퍼센트, 여자 73퍼센트에 이르렀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는 열 명 중 세 명이 '결혼자금 부족'을 꼽았고, '고용상태 불안정'이 뒤를 이었다. 둘 다 경제적인 이유여서 '돈이 없다'는 이유가 열 명 중 네 명이 넘는 셈이다.
‘가난이 문을 두드리면 사랑은 창문으로 도망친다’는 독일 속담이 이제 남의 얘기가 아니게 된 것이다.

저출생 문제가 제기된 지도 오래됐지만 이제는 우려 수준에 그칠 정도가 아닌 상황이다. 외신까지 우리나라의 출산율 문제를 관심 있게 지켜볼 정도인데, 저출생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왜 갈수록 악화되는지 따져볼 때가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81명이었다. 여성 한 명이 평생동안 자녀를 한 명도 안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저출생의 심각성은 출생아 수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알아보기 쉽게 유명인의 출생 연도를 기준으로, 출생아 수를 비교해 보면, 1세대 걸그룹이었던 이효리가 태어났던 1979년에는 출생아 수가 86만 명을 넘겼다. 10년 정도 뒤인 소녀시대 윤아가 태어났을 때는 64만 명, 요즘 인기인 아이브 장원영이 태어난 2004년에는 47만명 선에 그쳤다. 올해는 20만 명대를 기록할 전망 이다.

'오포세대'를 넘어 이제는 '칠포세대'

그렇다면 유독 우리나라만 출산율이 낮은 건지, 다른 나라의 상황이 궁금해진다. 앞서 합계 출산율이 0명대라고 얘기했는데, OECD 회원국 가운데 0명대는 우리나라뿐이다. 외신에서는 "한국 여성들이 출산 파업을 하고 있다", "이번 세기말에는 인구 절반이 줄 것"이라고 진단할 정도다. 실제 이미 지난해부터는 우리나라 인구가 정부 수립 이후 처음 감소세에 진입했다.

'오포세대'를 넘어 이제는 스스로를 '칠포세대'로 부르는 우리 젊은이들이 안쓰럽다. 연애 결혼 출산 집 경력 취미 인간관계, 일곱 가지를 포기했다는 쓰디쓴 자조이다. 그 번민과 좌절을 풀어줘야 할 기성세대의 책임이 무겁다. 사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결혼은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여겨왔는데... 현대 페미니즘의 선구자 시몬 드 보부아르도 결혼만은 신성시했다. "결혼은 개인을 고독으로부터 구하며, 가정과 자식을 줘 안정시키는, 생존의 결정적 목적" 이라고 했다. 여기에 무슨 말을 더 보탤 수 있을까?

인구가 줄어든다는 게 이제는 엄연한 현실 얘기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학교도 많이 없어지고 있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학령인구도 크게 줄었다. 시골 학교들은 이미 3000개가 넘게 문을 닫았고, 서울에서도 처음 학생 수가 부족해 일반고가 폐교를 결정한 사례가 나왔다. 학교뿐 아니라 웨딩홀이나 산부인과 등도 타격을 입긴 마찬가지이다.

사실,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도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 여건이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외국 언론들도 한국의 비싼 집값과 높은 생활비를 저출생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출산율이 가파르게 떨어진 지난 5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2배 정도 뛰었다.

태어나는 아이가 줄어들면 또 자연스럽게 고령화 문제도 심각해질 게 불문가지다. 고령화의 실태는 현재 800만 명대인 65세 이상 인구는 2070년에는 1700만 명으로 늘어난다. 지금은 일하는 사람 100명이 노인 21명 정도를 부양하는데, 2070년에는 일하는 사람 100명이 노인 100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어 경제성장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가 이런 저런 대책도 내놓고 예산도 투입하는데, 왜 효과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주거비용이나 교육비, 양육 부담을 줄이지 않는 한 저출생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기존엔 지원금을 주는 것과 같이 일회성 지원에 많이 그치고 있는데 이런 접근으로는 요즘 세대들이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출생은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들과 다 엮여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하나씩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